리셀 플랫폼 크림이 자체 브랜드를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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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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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아크릴 왜 화제인가 썸네일(중앙정렬)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앱이 갑자기 옷을 만들기 시작하면, 그 브랜드는 성공할까요, 아니면 본업만 갉아먹게 될까요.

크림(KREAM)은 지난 7월 2일 첫 자체 패션 브랜드 '아크릴(AKRYL)'을 내놓으며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밀었습니다. 한정판 거래 중개로 돈을 버는 회사가, 이번엔 직접 만든 옷을 팝니다. 저희가 이 사례를 눈여겨본 이유는 단순합니다. 크림이 여태 쌓아온 건 '옷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사는지 아는 데이터'였기 때문입니다. 이 데이터를 브랜드 하나로 옮기는 순간, 퍼포먼스 마케팅 이야기가 아니라 CRM 이야기가 됩니다.

왜 지금 크림이 화제인가

크림은 원래 거래 중개 수수료로 버는 회사입니다. 스니커즈·의류·트레이딩카드 같은 한정판 상품을 개인 간에 사고팔 때 검수하고 중개하는 게 본업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거래량이 늘어도 마진율 자체는 잘 안 오릅니다. 실제로 크림은 2023년 매출 1,221억 원에 영업손실 408억 원을 냈습니다. 적자 폭이 매출보다 컸다는 뜻입니다.

이 상황에서 나온 카드가 자체 브랜드입니다. 인사이트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이번 론칭은 "마지막 수익성 다각화 카드"로 평가됩니다. 중개 수수료만으론 흑자 구조를 못 만드니, 마진이 더 큰 자체 상품 매출을 더하겠다는 겁니다. 무신사가 자체 브랜드로 전체 매출의 30%를 채운 사례가 이미 있고, 크림도 같은 길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크림은 일부러 반대로 갔습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플랫폼이 만든 첫 브랜드가, 정작 '유행 안 타는 베이식'입니다. 아크릴은 일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나카 요와 함께 1990년대 아메리칸 캐주얼(아메카지)을 축으로 프레피·밀리터리·워크웨어를 재킷·셔츠·팬츠로 풀었습니다. 한정판 거래로 하이프를 팔던 회사가 '오래 입는 옷'을 첫 브랜드로 고른 겁니다.

실제로 어떤 성과를 보이고 있나

수치로 보면 크림의 체력은 이미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2024년 개별 매출은 1,775억 원으로 전년보다 45.3% 늘었고, 영업손실은 89억 원으로 78% 줄었습니다. 특히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처음 19억 원 흑자를 냈습니다. 일본 자회사 소다(SODA)까지 더한 한일 합산 매출은 2,976억 원입니다.

구분

2023년

2024년

개별 매출

1,221억 원

1,775억 원 (+45.3%)

영업손실

408억 원

89억 원 (-78.2%)

EBITDA

적자

19억 원 흑자전환

한·일 합산 매출

-

2,976억 원


크림 2026 상반기 트렌드 리포트, 자체 거래 데이터로 취향 변화를 수치화 / 출처: 네이버 공식 뉴스룸

아크릴 자체의 매출·판매량은 아직 공개된 게 없습니다. 다만 아크릴은 7월 3일부터 12일까지 도산 플래그십 매장 '요새'에서 팝업으로 먼저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국내 시장부터 안착시킨 뒤 9월 초 FW 본컬렉션을 낸다는 계획인데, 이건 전형적인 '먼저 팔고 나중에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로 먼저 검증하고 규모를 키우는' 방식입니다. 저희가 클라이언트에게 항상 말씀드리는 것과 같은 순서입니다. 크게 지르기 전에 반응부터 봅니다.


아크릴 팝업이 열린 크림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요새' / 출처: 아이즈매거진

크림이 실제로 펼치는 전략 — 데이터를 브랜드로 옮기는 방식

크림이 아크릴에서 내세운 표현은 명확합니다. "플랫폼에서 쌓은 고객 데이터를 자체 브랜드 기획에 쓴다"는 것. 크림 브랜드 기획 담당은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우리가 직접 만들고 싶은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고 말했는데, 이 말 뒤에 있는 실제 자산은 감이 아니라 숫자입니다.


아크릴을 함께 기획한 크림 브랜드기획 담당과 디렉터 다나카 요 / 출처: 머니투데이

크림은 매 반기 자체 거래 데이터로 '트렌드 리포트'를 냅니다. 2026년 상반기 리포트만 봐도 포켓몬 TCG 거래액이 직전 반기 대비 35배, 게이밍 마우스 브랜드 로지텍이 120배 늘었다는 식으로 어떤 취향이 언제 커지는지 실시간으로 잡아냅니다. 이용자가 가장 활발히 거래하는 시간대(일요일 밤 10시, 새벽 6시 대비 12.8배)까지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주목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건 광고 성과 데이터가 아니라 실거래·취향 데이터입니다. 광고는 '누가 클릭했나'를 보여주지만, 크림이 가진 건 '누가 실제로 무엇을 사고, 언제 다시 사는가'입니다. 이 데이터를 광고 타겟팅에만 쓰면 퍼포먼스 마케팅이지만, 상품 기획·재구매 설계·VIP 고객 관리로 옮기면 CRM이 됩니다. 크림은 지금 후자로 가고 있습니다. 이건 저희가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서 항상 강조하는 구조와 같습니다. 광고 데이터를 캠페인 안에만 가두지 않고, 어떤 고객이 재구매하는지 추적해 다음 상품·다음 메시지 설계로 이어야 한다는 것.

시사점 — 우리 브랜드에 대입하면

아크릴 사례를 작은 브랜드 규모로 옮겨보면 이렇게 됩니다. 크림처럼 몇백억 규모 거래 데이터는 없어도, 광고 성과 데이터·구매 이력·재구매 주기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미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광고 리포트 안에만 머물고, 다음 상품 기획이나 CRM 설계로 안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크림이 준 힌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새 상품·새 브랜드를 낼 때 팝업이나 소규모 테스트로 반응부터 확인하고 확장합니다. 둘째, 거래(구매) 데이터를 광고 타겟팅에서 멈추지 않고 상품·리텐션 설계까지 끌고 갑니다. 광고 성과만 보고 끝내는 브랜드와, 그 데이터로 다음 상품·다음 고객 관리까지 설계하는 브랜드의 차이는 여기서 갈립니다.

에이피크리에이티브가 이 지점에서 하는 일

저희도 구매 데이터를 광고 타겟팅 안에서만 쓰지 않습니다. 숙취해소제 브랜드 한 곳을 맡았을 때, 온라인 매출이 매달 들쭉날쭉했고 타겟 테스트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상태였습니다. 광고 소재부터 만들지 않고, 어떤 가격대와 타겟 조합에서 실제 구매가 나오는지부터 데이터로 확정했습니다. 그 조합 위에서 이미지·영상·밈 소재를 테스트해 오래가는 위닝 포맷을 찾자 클릭률은 2배로 올랐고, 예산을 늘려도 ROAS 400%가 유지됐습니다.

이때 중요했던 건 광고를 잘 돌린 게 아니라, 구매 데이터가 가격·타겟·소재 기획으로 다시 흘러 들어가는 구조였습니다. 크림이 거래 데이터로 브랜드를 기획하듯, 작은 브랜드도 자기 구매 데이터로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에이피크리에이티브는 광고 대행만 하지 않습니다. 캠페인 데이터부터 CRM 설계, 재구매 유도까지 퍼널 전체를 한 팀이 봅니다. 대표가 직접 캠페인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번 주 데이터가 다음 주 상품·메시지 설계에 바로 반영됩니다. 크림이 조직 규모로 하는 일을, 작은 브랜드에서는 한 팀이 빠르게 해낼 수 있습니다.

크림이 데이터를 브랜드로 옮기는 방식, 우리 브랜드에도 적용해볼 만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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